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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으면 아련히 떠오르는 꿈길에서

rndjr 2010. 2. 16. 22:35


 

눈을 감으면 아련히 떠오르는 꿈길에서



나 눈을 감고 아련히 떠오르는 꿈길을 걷는다
걱정근심 없고 천진스러움이 가득한 그때를
옆집의 돌이랑 뒷집의 순이랑 함께 모여
장난하며
뛰여 다니며
함박웃음 웃으며
재잘거리던 그때를
눈을 감고 생각하면 아련히 떠오르는
가슴 저려 오는 너무나 행복하던 한때를


나 눈을 감고 아련히 떠오르는 꿈길을 걷는다
이른 봄날 파릇파릇한 들꽃과 들풀이
양옆에 지천으로 돋아나 있는 들길을 지나
연분홍 진달래가 지천에 피여 있는 비탈진 살길을 올라
지금은 아무도 지키지 않는
고요한 이국적 풍경의 퇴역한 하얀 등대 위에서
시퍼런 바다가 눈이 시리도록 펼쳐진 먼 곳을 보며
노스탤지어의 향수에 젖어 눈물짓는다
눈을 감고 생각하면 아련히 떠오르는 너무나 순수하던 한때를

 

나 눈을 감고 아련히 떠오르는 꿈길을 걷는다
아름드리 눈부신 왕벗꽃나무 십여 수가
푸르른 청기와에 그림자를 드리운
신비로운 내음새가 가득 풍기는

청기와 집 뜨락
눈부신 왕벚꽃 때문에 더욱 화사해진 봄볕에
천사 같은 모습의 이름 모를 소녀
왕벚꽃보다도 더 화사한 옷을 걸치고
봄바람에 흐날리는

벚꽃잎을 양손으로 받으며
먼발치에서 훔쳐보는 숫기없는 나를

언뜻 쳐다보네
눈을 감고 생각하면 아련히 떠오르는
너무나 가슴 저려오는 짝사랑의 한때를



나 눈을 감고 아련히 떠오르는 꿈길을 걷는다
아름다운 들꽃과 파릇한 들풀이

지천에 피여 있는 언덕에 올라
먼데 시선을 아스라이 두고
파란 비췻빛 바다가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을 바라보며


수수께기 같은 미래의 운명과 같이
하얀 돛을 세운 돛단배 어디로 가나
이름 모를 이국의 상선 어느 나라로 가나
아스라히 수평선 너머로 점이 되여 사라지는
슬픈 운명의 그것들을 바라보며
알 수 없는 그것들의 운명과

나의 운명에 눈물짓는
눈을 감고 생각하면 아련히 떠오르는
너무나 가슴 저려 오는 사춘기의 한때를

 

                                  청산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