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시

벼랑

rndjr 2010. 2. 18.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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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 있는 가파른 벼랑을 끄집어내세요.
 까마득한 벼랑의 바위 홈에 끼운 여덟 개의
손톱으로 목숨을 버티지 말고 벼랑을 버리세요.
쏟아질 듯한 미끈 미끈한 시간을 미끄러지는
 손으로 안타까이 부여잡지 말고 가볍게 날으는 구름에 섞이세요.
 손톱이 찢어지고 손아귀에 안간힘을 써도 시간에 자꾸 미끄러지는
 벼랑을 발아래 가물가물한 바닥으로 끝없이 중얼거리는 바다로 펼치세요.
칼바람에 식은 땀이 마르는 벼랑에 바둥바둥 매달리며 까무러치지만
 말고 벼랑에 누워 벼랑을 쓰러뜨리고 벼랑을 타세요. 까마득한 벼랑의
바위 홈에 겨우 여덟개의 손톱으로 목숨을 걸고 칼바람에
 식은 땀이 얼어붙는 나를 흩어지는 햇빛인 내가 본다. 쏟아질 듯한 미끈미끈한
 시각을 미끌어지는 손으로 안타까이 부여잡은 나를 가볍게 날으는
 구름인 내가본다. 손톱은 찢어지고 손아귀에 안간힘을 써도 시간은
 자꾸 미끌어지는 나를 발아래 가물가물한 끝없이 날름거리는
 무서운 바다인 내가본다.
 흘릴 식은 땀은 다 흘렀고 바위였던 손톱이 다시 손톱으로 돌아오는
 바둥바둥 까물어치는 나를 바위틈에 뿌리내린 싱싱한 풀인 내가 본다.
내 속에 있는 벼랑이 벼랑에 매달린 내가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