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슴 깊은 곳에 비가 내려요
ㅡ글 / 여시주ㅡ
그대에게 있어서
못다 한 이야길랑 바람이라 말하겠습니다
그대에게 있어서
아쉬운 이별일랑 강물이라 말하겠습니다
어차피 못 맺을 인연이었던 것을
어차피 가야 할 운명이었던 것을
흘러가는 강물 위의 나뭇잎이 되겠습니다
그래도 보고 싶고 그리운 생각이 날 적이면
수줍고 부끄러운 사랑이라 말하겠습니다
전생의 당신과 저는 어떤 인연이었을까요?
전생의 당신과 저는 어떤 숙명이었을까요?
환 한 보름달이 구름에 가려 어두워지면 슬퍼져요
주인 잃고 흔들거리는 조각배만 보아도 서러워져요
세월은 벌써 입춘이 지나고 우수가 지나고
내일 모래면 새싹이 움트는 경칩이 돌아온다지요
명산의 절벽은 깍 가지듯 위태로운데
이 세상의 이름없는 꽃이 피어 웃고 있어요
꽃은 피어 향기로운 봄, 벌, 나비가 나는데
이름 모를 잡새가 슬피 울면서 앉아 있어요
밤이 어두운 것은 달이 밝으니 좋아요
그러나 낮이 어두운 것은
고운 햇살이 가려져 싫어요
저 하늘가 아스라이 드리워진 그리움
이 가슴 깊은 곳에 비가 내리기 때문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