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처럼 / 김혜숙
쨍쨍 내리쬐는 봄 햇살
향기로운 꽃 몸살을 앓는 계절
흰 꽃과 분홍 꽃 사이
수천의 빛깔 마음에 안고
눈부시게 허공을 날고 싶다
바람이 부는 대로
흐르는 구름처럼
한 마리 나비가 되어
여러 겹의 마음을 버리고
하루쯤 빈 마음으로 살고 싶다
영혼의 발목이 잡힌 사랑도
망망한 삶의 욕심도
맑게 우려내는 적금 통장도
곰삭은 정이 넘치는 친구도
모두 등에 업혀 버리고 싶다
오직 아주 가벼운 날개 하나로
순금의 햇빛 아래
이 세상을 가르고 싶다.
가벼워진 몸과 마음으로
그러면 또 다른 세상을 만나면
사람으로 가는 생명의 길이
환한 꽃만 피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