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함이 부족한 나를 용서하소서
행함이 부족한 나를 용서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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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 오전예배를 마치기 전 잠시 예배당을 빠져나와 딴 짓을 하였습니다. 물론 다른 날보다 길어진 예배 시간이었지만 식사 당번인 제게는 올려놓은 국물이 넘치거나 너무 졸여질까 염려가 되는 시간이 되어버렸습니다. 말씀을 마치고 찬양과 헌금시간이 되어가는 시간에 살짝 빠져나와 주방으로 들어가는데 누군가 “집사님” 하고 불렀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두 주에 한 번씩 오시는 노숙자 분이셨습니다. 유난히 무더운 여름 날씨에 많이 수척한 모습이셨고 오늘따라 많은 비로 인해 보행이 어려웠을 텐데 천 원짜리 지폐 한 장을 받으시기 위해 벌써 몇 년째 우리 교회를 방문해 주시는 분이십니다.
그러나 예배 도중 몰래 빠져나와 제게는 돈이 없었습니다. 다시 들어가서 돈을 가지고 나오거나 아니면 그분을 10분 이상 기다리시게 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두 주후에 오시면 천 원짜리 지폐 두 장을 드리기로 하고 돌려보냈는데 제 마음이 그때부터 무겁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죄송하다고 말씀을 드렸지만....... 어떠한 방법이 옳았을까? 비도 오고 습도로 인해 몸은 후덥지근하고 지난 번 보다 더욱 야윈 모습인 분을 물 한 그릇 대접해 드리지 못하고.......여러 가지로 마음에 혼잡이 오고 제 자신이 야속하게 느껴졌습니다. 그 분은 식사는 다른 곳에서 하신다고 합니다. 식사나 다른 것을 간혹 권하면 죄송하다고 정중히 거절하시는 분이십니다.
오전 예배를 마치고 식사를 끝낸 후 또 다른 한 분이 오셨습니다. 천 원짜리 지폐와 시원한 냉커피를 드리니 고맙다고 인사를 몇 번 하십니다. 저희 교회에 예전에는 많은 분들이 매주 오셨습니다. 어느 방송 뉴스에서 그분들을 다루는 뉴스가 나왔고 대부분 술로 탕진하는 분들이 많다고 하였습니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저희 교회에 오시는 분 중에 거친 분도 계셨고 어떤 분은 눈을 허옇게 일부로 뜨시는 분도 계셨지만 제겐 두렵지 않았습니다.
다 같은 사람입니다. 매주 드리는 것도 제게 버거울 때가 있어서 돈을 조금 줄였습니다. 식사를 하시고 가시는 분도 있었지만 점점 사람들이 줄어들었습니다. 현재는 서너 분이 오십니다. 몇 년 동안 얼굴을 뵌 분이라 이웃처럼 느껴집니다. 매 주 오시는 것이 아니라 격주로 저희 교회를 오시는데 매우 반가움으로 인사를 하십니다. 안부도 묻고....... 많은 돈을 요구하는 것도 아닙니다. 정말 적은 돈이지만 제 자신이 드리면서도 한 번도 그 분들을 가볍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어느 때는 교회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 만났는데 “집사님 안녕하세요?” 라고 반갑게 인사를 건넵니다. 참 사람다운 모습에 저도 반가움으로 인사를 했습니다. 어느 날 세 분이 한 꺼 번에 오셔서 말씀하십니다. 그 분들 말씀이 ‘다른 교회를 가면 자신들을 굉장히 무시 한다’ 고 합니다. 저희 교회에 오시면 진정으로 대해 주어 고맙다고 하십니다. 그 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아픕니다. 제 자신 그렇게 따뜻하게 대하지는 못했던 것 같은데.......그리고 교회가, 또 믿음의 사람들이 행해야 할 것이 무엇이며 주안에서 모든 사람들이 사랑받을 권리가 있음을 압니다. 그래서 할 수만 있다면 모든 사람에게 한결같은 마음으로 대하려고 애씁니다. 잘 되지는 않지만 매순간 그 마음을 잊지 않으려 노력하고 기도합니다.
오늘 헛걸음 하신 그 분이 내내 제 마음에서 지워지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든 돈을 마련해 주었어야 했습니다. 적은 돈이었지만 그 분에게는 어떤 것인지 알기에 더욱 마음이 아프고 죄송했습니다. 오늘 해야 하는 일을 미룬 제 자신이 부끄럽고 물 한 그릇 대접해 드리지 못하고 덥고 습하며 거기다가 비까지 오는데 찾아와 주신 그 분의 욕구를 채워드리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마음속으로 기도합니다. 두 주 후에 건강한 모습으로 뵙기를 바라고 꼭 나의 부끄러움을 씻고 그 분의 마음에 상처가 생기지 않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하나님은 단 한 사람도 그냥 세상에 헛되이 두지 않으셨습니다. 정말 귀하고 존귀한 사람들임을 압니다. 진심으로....... 출처/창골산 봉서방 카페 (출처 및 필자 삭제시 복제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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