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고무신/정연숙
낯선 땅에서
한 세상 가도 가도 외로워
새로 산 흰 고무신 신고
고향길을 걸었습니다
잡풀이 무성한 돌아온 빈집의 봉당에는
비만 오면
흰 고무신짝에 빗물이 가득 고이고
바람이 살던 들판에는
덩그마니 그림자만 남아
가슴에 날개를 달고
총총히 떠난 아이들은
아지랑이로 떠돌다
허무와 슬픔을 이끌고
강둑을 따라 거슬러 올라옵니다
하얗게 갈꽃이 피던 방죽에는
산 너머 아이들 하나 둘 모여들고
발목을 벗고 물을 건너는
은빛 송사리 떼 보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