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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하는 신들

rndjr 2011. 2. 8. 22:22

키스하는 신들
신영길

엘로라 제16석굴 카일라스 사원은 하도 넓고 복잡해서
여기가 어딘가를 잠시 잊어버린 채 여러 방을 헤집고 돌아다녔다. 온갖 짐승과 다양한
표정의 신들 그리고 웅장한 석상들. 그 규모에 너무 놀랐었나 보다

여기는 관광지 어느 골목이 아니다. 수도승들이 목숨을 걸고 진리를 탐구하며
수련하고 그들의 신들에게 경배를 드리던 곳이다
여기는 신들의 나라,
수행자들이 온 삶을 던져 기도의 불을 켰을 그들의 지성소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마침 한 무리의 힌두 순례자들이 사원 안으로 들어서자 나는 마음을 경건히 하고 일어섰다
계단을 통해 2층 어디로인가 올라서 한참을 돌아갔을 때였다
어느 석굴입구에 있는 부조상을 보고 나는 감전 된 듯이 멈추어섰다
키스를 하고 있는 남녀가 거기 있었다





남자는 왼손으로 여인의 뒷머리와 장식을 밑으로부터 받쳐주고
오른손으로는 하얗게 드러난 여인의 겨드랑이와 젖가슴을 감싸 안아 치켜 올리고있다
여인의 왼손은 남자의 어깨로부터 목덜미 부위를 부드럽게 껴안았고
오른팔로 사내의 등을 크게 감싸 돌아 남자의 오른 어깨에 살짝 올려놓았다

여인의 오른쪽 엉덩이에 힘이 바짝 들어 꿈틀거리고 왼편 다리는 가볍게 굽혀
남자의 오른 다리의 무릎안쪽을 향하여 살짝살짝 비벼대고 있다
여인의 허리는 잘룩하고 엉덩이는 풍만하다
요대장식이 허리로부터 둔부에 이르는 활강곡선의 요동을 억제하고 있는 듯 하다

여인은 눈을 감았다
파충류처럼 꿈틀거리며 웅크린 채 이제 남자를 받아들일 준비를 마친 것 같다
남자의 머리 반쪽은 보이지 않는다. 어디로 갔지?
여인의 몸에 이는 파문으로 인해 순간 정신이 나가고 빈 머리가 되었나보다

그런데 어쩌자는 거지...
신처럼 되고 싶은 인간들이 온갖 수련을 해가며 정진을 하는 이 성스러운 곳에다가
저렇게 관능적인 성애를 펼쳐놓으면 도대체 어떡하란 말인가!





클림트의 키스는 너무도 황홀하다
여자의 감은 눈이 남자의 욕망을 더욱 부추긴다. 황홀하게 태워죽일 것 같은
저 현란한 불꽃들을 보라

예술과 종교는 서로 통하는 데가 있다. 영원을 추구하는 것도 그렇고
영혼에 호소하는 이야기인 점에서 그런 것 같다
사원의 벽에서 본 남녀의 사랑이 단지 육체의 쾌락을 추구하는 것이었다면
그렇게 오랜 세월동안 성소에 존속되어질 리 없었을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내가 없어진 자리에 내 안의 신만 남고 상대가 없어진 자리에 상대 안의 신만 남아
원래 하나였던 내 안의 신과 상대 안의 신이 마침내 합쳐지는
그런 경지....성애가 종교적 수행으로 승화되어지는?  
  
에이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