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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시대 60세는 과거 42세(현재나이×0.7)나 마찬가지"

rndjr 2011. 2. 24. 22:20


"100세시대 60세는 과거 42세(현재나이×0.7)나 마찬가지"

[100세 쇼크 축복인가 재앙인가] [15·끝] 전문가 난상토론
노인문제 본질은 빈곤
65세이상 35%가 빈곤층 최저소득은 나라가 보장해야… 여가·일자리가 삶의 질 좌우
자립능력 키워야
'숨막혀폰'이었던 스마트폰 사용법 익히니 정말 편리… 나이 들어도 도전정신 필요


  

   여행가 황안나(71)씨는 65세 정년을 8년 남겨놓고 교사를 그만뒀다. 묵직한 DSLR 카메라를 장만한 뒤, 남편(75)과 두 아들에게 "더 늦기 전에 정말 좋아하는 일(여행)을 즐겨야겠다"고 선언하고 집을 나섰다.

두 발로 걸어 국토를 횡단하고 넉 달 만에 귀가하자, 떠날 땐 전기밥솥도 쓸 줄 모르던 남편이 소뼈를 사다 손수 핏물을 빼고 팔팔 끓여서 진한 곰국을 내왔다.

 

이후 황씨는 여행기를 두 권 출판했다. 교사에서 여행가로 '인생 이모작'에 성공한 것이다. 본지의 신년 기획 '100세 쇼크 축복인가 재앙인가'를 마무리하며 전문가들이 모여 난상토론을 했다. 여행가 황씨를 포함해 김원식 건국대 교수(한국연금학회장), 서병수 영등포노인종합복지관장, 조남범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 한경혜 서울대 교수 등 5명이 참석했다.


   ◆100세 장수, 축복인가 재앙인가
   ―이번 기획은 과거에는 남달리 건강한 사람만 90세 이상 장수했지만, 앞으로는 보통 사람들도 100세 가까이 장수한다는 점을 수치로 밝혀냈다.


   ―피부로 다가왔다. 친정어머니(95)가 뇌경색으로 3년째 자리보전 중이다. '어머니가 이젠 편히 가셔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71세인 나부터 53세인 막냇동생까지 6남매가 모이면 경로당이 따로 없다. 그런 우리가 돌아가며 어머니의 기저귀를 간다.


   ―노인 문제의 본질은 '빈곤'이다. 65세 이상 노인 536만명 중 192만명이 빈곤층이지만, 그중 국가의 보호를 받는 기초생활수급자는 39만명뿐이다. 그러니 노인 자살률이 세계 최고다. 노인의 30%가 우울증을 앓는다. 방임과 학대를 경험하는 노인도 30%에 달한다.


   ―2000년대 초만 해도 사람들이 "70세까지만 살면 좋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젠 100세 노인, 70대 자녀, 40대 손자…. 가족 전체가 늙어가게 된다.


   ―100세 장수는 준비된 개인, 준비된 국가에는 축복이다. 준비되지 않은 개인과 국가에는 재앙이다.
   ―아니, 100세 쇼크는 더이상 '축복인가 재앙인가' 따질 문제가 아니다. 100세는 '팩트(fact·사실)'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들 상당수가 100세까지 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행복한 노인과 불행한 노인
   ―한 친구는 재산이 수십억원인데 밤낮 우는소리만 한다. 같이 여행을 가는데, 챙겨온 짐의 절반이 약(藥)이었다. 58평형(191.7㎡) 아파트에 혼자 살면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몸이 아프다' '며느리가 찾아오지 않는다'고 슬퍼한다.

 

또 다른 친구는 경제적으로는 팍팍한 삶을 살지만, 학교 급식 일도 도와주고 도봉산 둘레길도 걸으며 활동적으로 산다. 아주 궁핍한 노인들을 논외로 하면, 결국 재산과 행복은 무관한 것 아닐까 싶다.


   ―행복감은 성별에 따라 큰 차이가 난다. 여자 노인들은 자원봉사도 하고 취미활동도 즐기는 반면, 많은 남자 노인은 '화'가 쌓여 있다. '잘나가던 때'를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자들은 지역사회에 친구가 많지만 남자들은 일만 하다 나이 들어서 '데뷔'한다.

 

 일본의 한 소비자 조사에서 나이 든 남녀에게 '누구와 함께 영화·여행·쇼핑 등을 같이 하고 싶은가' 물었더니 남자들은 모두 '아내'라고 답한 반면 여성들은 '친구' '딸'을 꼽았다.


   ―노인도 활동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노인을 부담스러운 존재로 여기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 노인과 젊은이는 잘할 수 있는 일이 다르기 때문에, 노인이 일한다고 젊은이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다.


   ―사실 노인이라도 다 똑같은 노인이 아니다. 100세 시대가 오면 65세 노인부터 100세 노인까지 한 세대 차이가 난다. 그런데 이들 모두를 뭉뚱그려 '노인'으로 분류해선 안 된다. 그런 분류는 65세 이후의 삶을 '나머지 삶'으로 폄하하는 것이다.


   ◆80세 시대와 100세 시대의 차이
   ―지금까지는 대체로 60세 안팎에 은퇴해 80세 안팎에 사망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100세까지 살게 된다. 은퇴 후에 인생을 한 번 더 살게 되는 것이다.


   ―장년층 재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55세 정년은 폐지하고, 능력이 있을 때까지 일하는 것이 맞다. 80세 시대에는 은퇴에 대비해 돈만 모으면 됐다. 하지만 이제는 돈뿐 아니라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고, 알파가 바로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이다.


   ―노후 보장을 위해 최저소득은 국가가 보장을 해줘야 한다. 최저소득을 보장해 주는 것이 1단계, 노인들의 시간을 메워주는 여가와 일자리가 2단계다.


   ―얼마 전 휴대폰이 고장 났는데 큰맘 먹고 '스마트폰'을 샀다. 첫 일주일은 스마트폰이 아니라 '숨막혀폰'이었다. 하지만 사용법을 익히고 나니 이제는 굉장히 편리하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겁내지 말고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이다. 평균수명이 늘었으니 예전 나이 기준으로 살면 안 된다. 현재 나이 곱하기 0.7을 하는 게 100세 시대의 나이다. 60살이면 42살이 되는 것이다.

 

80세까지만 살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100세까지 사는 나머지 20년은 뒤떨어진 사람으로 사는 것이 아닌가. ▣

2/19일자조선일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