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시
고향 유감
rndjr
2011. 5. 5. 23:07
<고향 유감> - 시 : 이길옥 - 쇠똥 냄새 지독히도 풍기던 신작로 흙먼지 속에도 정이 넘쳤는데 몇 번을 꿰매어도 터지는 버선을 신고 빼꼼히 얼굴 내미는 엄지발가락의 부끄러운 몸부림에 어쩔 줄 몰라하던 보릿고개 배 곯아 부황들면서도 벌레에 상처난 콩조각을 나누었는데 듬성듬성 바람 새는 키 낮은 울타리 틈으로 웃음이 빠져나오며 도란도란 속마음을 챙겨줬는데 죄 없이 채이기만 하던 신작로 자갈길은 벌써 아스콘 역한 냄새로 시커멓게 정을 태워 깔아뭉게고 부끄러워 고개 숙이던 자존심의 씁쓸함이 나일론 질긴 심줄로 얽은 올무에 걸려 숨통이 막혀 켁켁거리데 가슴에 담아 새긴 이름들이 시멘트와 섞여 인기척마저 등 돌린 채 눈물을 흘리고 있데. 바람 잔뜩 넣은 돛을 가슴에 꽂고 둥 뜨던 발길이 힘을 잃고 맥 풀리며 온 삭신에서 천둥소리가 나데 고향이 저만치 달아나면서 기진한 내 입가에 허탈 도배한 웃음 몇 가닥 남기며 먹구름 위세에 눌려 가슴만 치다가 눈길 줄 데 찾지 못하고 고개 떨구고 말았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