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길들이기>
- 시 : 돌샘/이길옥 -
지나온 길 돌아보니
시작도 끝도 보이지 않는다.
너무 많이 걸었나 보다.
외고집 앞 세워 타협 접고
우격다짐의 심지를 꺼내 불붙이며
화의 뿌리털까지 뽑아들고
터벅터벅 너무도 많이 걸었나 보다.
쥐뿔도 없는 것이
체면에 짙은 화장을 하고
남들이 못하는 ~척에 길들여져
스스로 무너지는 줄도
스스로 썩어내리는 줄도 모른 체
너무도 많은 고개를 넘었나 보다.
세월의 문턱을 짚고
쌓인 나이를 들춰보니
다 부질없는 욕심이었던 것을
다 헛된 망상이었던 것을
이제야 쬐끔이나 터득하고 실소를 한다.
지나온 길이 멀고 길었어도
남은 길에 더 값진 보람이
손을 내밀고 있음을
살짝 엿보며
누더기로 살아온 마음을 꿰매고
고개 숙일 줄 아는 겸손에
무릎을 꺾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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