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맨과 베트맨
창골산 칼럼 제1660호 /수퍼맨과 베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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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인터넷과 TV방송을 통해 초등학생 2학년이 쓴 너무 가슴 아프면서도 정말 어의가 없는 시 한편이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 시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엄마가 있어 좋다 나를 이뻐해 주어서 냉장고가 있어 좋다 나에게 먹을 것을 주어서 강아지가 있어 좋다. 나랑 놀아주어서 그런데 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
여러분, 어떻습니까? 그냥 웃고 지나가기엔 너무 가슴이 찡하지 않습니까? 이 어린 아이에게 비추어진 아빠의 모습이란 전혀 존재감이 없는 것입니다. 이 아이는 아마도 자기가 느끼는 것을 그대로 솔직하게 표현했을 거예요. 이것은 아직 철들지 않아 자기중심적인 세상에서 사는 한 초등학생 2학년이 느끼는 아빠에 대한 솔직한 감정인 것입니다. 엄마는 자기를 이뻐해 주고 냉장고는 먹을 것이 잔득 들어 있으니 아무 때나 꺼내 먹을 수 있어서 좋고 뛰어 다니는 강아지는 어린 자기와 놀아주니 좋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집 안에 함께 살고 있는 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는 말은 전혀 아이와 아빠가 서로 간에 관계가 없는 현실을 말해주는 듯 들립니다. 만약 이 아이가 아빠와 함께 놀고 운동하고 이야기하고 함께 활동하는 일이 있다면 이렇게까지 표현이 나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아빠란 존재가 겨우 집안의 경제만 담당하는 사람으로만 역할과 기능이 존재한다면 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입니까? 흔히 말하는 House라는 집은 있으나 Home이라는 가정은 존재하지 않는 형태가 되는 것이지요. 돈만 벌어오면 다 되는 것이 아빠의 역할이 아닌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물론 가족을 부양하려면 일을 해야 하고 또 가족들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 좀 더 노력하며 더 열심히 일해야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지만 돈만 벌어 온다고 아빠의 역할을 다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 모두 너무 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가족이란 서로 사랑과 애정이 오고 가야 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는 보고 배울 수 있는 부모의 롤 모델이 필요합니다. 아빠랑 같이 놀기도 하고 운동도하고 아빠랑 같이 집안일도 하며 함께 샤핑도 하는 늘 함께 하는 아빠가 아이들은 필요한 것입니다.
그래서 요즈음 우리 아이들은 돈만 잘 벌어오고 혼자서 씽씽 날라 다니는 수퍼맨보다 늘 함께 붙어 다니는 베트맨이 더 좋다는 말이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자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아버지의 삶의 태도나 가치관을 바로 옆에서 보고 배워야 자녀가 자신의 자아 개념과 정체성을 형성해 나가게 되는데 그러려면 베트맨과 같이 늘 함께 다니고 활동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렇다고 줄창 같이 있다고 해서 교육이 이루어지고 배움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아무리 함께 있어도 서로 원수 같은 관계가 되면 서로 감정만 상하게 될 것입니다. 바른 아버지 역할은 아들에게 아빠가 올바른 남성상을 심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꼭 힘 센 것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남자로서의 할 일과 본분을 말하며 삶의 경험을 나눌 때 자녀들은 사회성도 넓어지게 되고 관계성도 좋아지게 될 것입니다. 이 세상에 살 때 우리는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집에서 부모님과 관계를 잘 형성 하는 아이들은 그 밖의 다른 사람들과도 자연스럽게 관계를 잘 만들어 감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정은 관계 형성을 배우는 훌륭한 훈련장이 되는 것이지요. 자녀들과 좋은 관계를 만들려면 무엇보다도 함께 하는 질적으로 양적으로 좋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런 좋은 시간을 만들려면 부모의 노력이 좀 있어야 합니다. 자녀들과 데이트를 하도록 시간과 물질을 투자해야 되요. 바쁜 중에도 자기를 위해 시간을 내어주는 그런 부모가 자녀들은 후에 자랑스럽고 감사할 것입니다. 함께 운동하고 구경하고 다니고 이야기하고 시간을 나누는 일은 아름다운 추억과 함께 우리 자녀들에게 아빠로서 해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될 것입니다. 이에 첨가해서 자녀의 이야기를 잘 들어 주는 아빠가 된다면 평생토록 자기의 말에 귀 기울여 주는 아빠를 그리워하며 찾아오게 될 것입니다.
바라기는 우리 아버지와 자녀들이 모두 아름다운 관계가 형성되는 복된 가정들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출처/창골산 봉서방 카페 (출처 및 필자 삭제시 복제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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