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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문학의 꽃-한시의 멋(35)-추흥(秋興) | 서예

rndjr 2017. 10. 12. 21:57

 

 

秋興 其一

 

玉露凋傷楓樹林 (옥로조상풍수림)   옥 같은 이슬 맞아 단풍나무 숲이 시들고

巫山巫峽氣蕭森 (무산무협기소삼)   무산 무협에는 가을 기운 쓸쓸하누나.

 

江間波浪兼天湧 (강간파랑겸천용)   강물의 파도는 하늘도 뒤덮을 것 같고

塞上風雲接地陰 (새상풍운접지음)   협곡의 바람과 구름 땅에 접해 음산하네.

 

叢菊兩開他日淚 (총국양개타일루)   국화꽃 두어송이 피어나니 지난 날이 눈물 겨웁고

孤舟一繫故園心 (고주일계고원심)   외로운 조각배 한척 고향 생각에 묶여 있네.

 

寒衣處處催刀尺 (한의처처최도척)   겨울 옷 만드느라 집집마다 가위 자 바삐 놀리고

白帝城高急暮砧 (백제성고급모침)   백제성 높은 곳에서 저녁 다듬이 소리 분주하네.



 


두보는 안사의 난으로 정착하지 못하고 표류하다가 대력 원년(766년) 기주에서 추흥팔수(秋興八首)로 시제를 붙인 8편의 칠언율시 연작시를 짓게 되는데 이 시는 노년에 가난과 병약으로 쇠잔해 질대로 쇠약해진 두보가 마치 촛불이 꺼지기 마지막에 불꽃을 태우듯 토해낸 주옥같은 명시입니다.

칠언율시 한 편을 짓는데도 온갖 사전을 뒤져서 평측을 맞추느라 고심을 하게 되는데 한 두편도 아닌 여덟수의 칠언율시를 명작으로 작시하는 것은 보통의 시인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고 더구나 이렇게 명시로 다듬어 낸다는 것은 그 동안의 두보가 축적해 온 시적 재능의 총체적인 분출이라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여덟편의 시 중에서 첫수의 시는 전체 시의 서막으로 아래 7수의 내용을 총괄하고 있는데  병란을 당하여 타향에 체류하는 나그네의 심정과 장안을 그리워하는 고국향수의 정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참고자료가 될 수 있도록 추흥시 전편을 소개합니다.

 

其 二

 
夔府孤城落日斜 (
기부고성락일사)   해질녘 기운 햇살이 백제성을 비추는데 
每依北斗望京華 (매의북두망경화)   언제나 북두성에 의지하여 장안 쪽을 바라보네 
聽猿實下三聲泪 (청원실하삼성루)   원숭이 소리를 서너 번만 들어도 눈물 나는데 
奉使虛隨八月槎 (봉사허수팔월사)   팔월 뗏목 타기 바랐던 절도사 수행 헛일 되었네
畵省香爐違伏枕 (화성향로위복침)   상서성에 숙직할 일 몸이 아파 어긋나고 
山樓粉堞隱悲笳 (산루분첩은비가)   산의 성루에는 애닲은 피리소리 은은하네 
請看石上藤蘿月 (청간석상등라월)   바위 위 덩굴에 걸린 달빛 보시게
已映洲前蘆荻花 (이영주전로적화)   모래톱 앞 갈대꽃도 비추고 왔네

 
其 三

 

千家山郭靜朝暉  (천가산곽정조휘)    일천가구 사는 산성이 아침 햇살에 고요한데 
日日江樓坐翠微  (일일강루좌취미)    날마다 강가 누각에 앉아 푸른 산을 바라보네.
信宿漁人還泛泛  (신숙어인환범범)    이틀 밤을 샌 어부 아직 강 위 배 안에 있고
淸秋燕子故飛飛  (청추연자고비비)    맑은 가을 하늘에는 날 놀리듯 제비들 나네.

匡衡抗疏功名薄  (광형항소공명박)    광형을 본받아 소를 올렸으나 뜻 이루지 못했고 
劉向傳經心事違  (유향전경심사위)    유향처럼 저술을 남기는 것도 맘과 일이 달랐네.
同學少年多不賤  (동학소년다불천)     함께 배우던 소년들 모두 가난에서 벗어나 
五陵衣馬自輕肥  (오릉의마자경비)     장안에서 귀하신 몸 되어 있다네.

 

其四

 
聞道長安似弈棋 (문도장안사혁기)   듣자니 장안은 바둑 형세 같다는데 
百年世事不勝悲 (백년세사불승비)   백여 년 동안 있었던 일 슬픈 일뿐이로세

王侯第宅皆新主 (왕후제택개신주)   왕후장상 귀한 저택 모두 주인 바뀌고
文武衣冠異昔時 (문무의관이석시)   조정의 문무대관 옛 사람이 아니라네 
直北關山金鼓振 (직북관산금고진)   장안 바로 북쪽에서 징과 북이 울리는데 
征西車馬羽書馳 (정서거마우서치)   토벌군의 기마는 급하고 장계는 내닫네 
魚龍寂寞秋江冷 (어룡적막추강냉)   사람들은 쓸쓸하고 가을 강은 찬데
故國平居有所思 (고국평거유소사)   장안성 편안하던 날 그날이 그립네

其五

 
蓬萊宮闕對南山 (봉래궁궐대남산)   봉래궁은 남산을 마주하고 있고    
承露金莖霄漢間 (승로금경소한간)   이슬 받는 쇠기둥은 높은 하늘 사이에 닿았네
西望瑤池降王母 (서망요지강왕모)   서쪽을 바라보면 서왕모 노닐던 요지가 있고
東來紫氣滿函關 (동래자기만함관)   동쪽으로 오면 길상의 징조 함곡관에 가득했네 
雲移雉尾開宮扇 (운이치미개궁선)   빛깔 고운 오색구름 치미선을 펼친 듯했고 
日繞龍鱗識聖顔 (일요용린식성안)   햇살이 용의 비늘에 어리니 성상의 용안인 줄 알겠네
一臥滄江驚歲晩 (일와창강경세만)   지금은 병든 몸 물가에서 늙은 것을 한탄하네
幾回靑瑣點朝班 (기회청쇄점조반)   금문 지나 조회에 나간 게 몇 번이나 되었던가

 

其六

 
瞿塘峽口曲江頭  (구당협구곡강두)   구당협 입구와 곡강의 나루터  
萬里風煙接素秋  (만리풍연접소추)   천지에 가득한 건 가을 기운 뿐이네.
 花萼夾城通御氣  (화악협성통어기)   지난날 화악루와 협성에는 왕기가 오갔는데 
芙蓉小苑入邊愁  (부용소원입변수)    지금은 부용원에 변방의 우환이 들어섰네.
珠簾繡柱圍黃鵠  (주렴수주위황곡)    황곡이 춤을 추듯 곡강이 궁전을 두르고 
錦纜牙檣起白鷗  (금람아장기백구)    비단으로 맨 놀잇배 돛대 갈매기도 놀라 나네.
 回首可憐歌舞地  (회수가련가무지)   돌아보니 가련하구나, 노래하고 춤추던 곳  
秦中自古帝王州  (진중자고제왕주)    진중은 예로부터 제왕들의 터였다네.

其七

 
昆明池水漢時功 (곤명지수한시공)   곤명지의 물은 한나라 때 파서 만든 호수인데 
武帝旌旗在眼中 (무제정기재안중)   무제의 깃발들이 지금도 눈앞에서 보는 듯하네 
織女機絲虛夜月 (직녀기사허야월)   달 뜨는 밤이면 직녀가 베틀에 앉아 실을 짜고
石鯨鱗甲動秋風 (석경린갑동추풍)   돌고래의 비늘이 가을 바람을 일으키네 
波漂菰米沈雲黑 (파표고미침운흑)   물결에 일렁이는 줄풀들 검은 구름 속에 잠기고 
露冷蓮房墮粉紅 (노랭연방타분홍)   차가운 이슬에 연밥이 익을 때 분홍꽃은 지네
關塞極天惟鳥道 (관새극천유조도)   여기 관새에서 하늘에 이르기까지는 오직 새나 다니는 길 
江湖滿地一漁翁 (강호만지일어옹)   강호의 모든 땅에서 하나같이 어부 신세일세

其八

 
昆吾御宿自逶迤 (곤오어숙자위이)   곤오산과 어숙천이 꾸불꾸불 이어지고 
紫閣峰陰入渼陂 (자각봉음입미피)   자각봉 산그늘이 미피호에 잠겼어라 
香稻啄餘鸚鵡粒 (향도탁여앵무립)   향기로운 벼 나락은 앵무새가 쪼다 남은 것이요 
碧梧棲老鳳凰枝 (벽오서노봉황지)   벽오동 늙은 가지에는 봉황새가 깃들었네 
佳人拾翠春相問 (가인사취춘상문)   미인들과 푸른 풀을 따서 봄에 서로 주기로 하고 
仙侶同舟晩更移 (선여동주만경이)   신선들과 배를 타고 놀다 돌아갈 때 잊었네 
彩筆昔曾干氣象 (채필석증간기상)   아름다운 글 솜씨는 그 기상도 메말라서 
白頭吟望高低垂 (백두음망고저수)   흰머리 한탄하며 하늘을 바라보다 고개 떨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