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시

완전한 사랑

rndjr 2010. 2. 16. 10:33

먹고 살기위해

 

소리 또는 음악

완전한 사랑

최금진 
안개 속을 걸어 묘지로 가고 있었는데 
네가 나에게 욕을 했다, 왜 단결하지 않느냐고 성질을 부렸다 
저기서 묘지의 십자가들이 두 팔을 벌리고 나를 기다리는데 
부활절이 내일이고, 계란 속에 들어가 있어야 하는데 
그래야 착한 심청이처럼 껍질을 열고 나오는 건데 
왜 단결을 하지 않느냐고 네가 내 멱살을 잡았다 
할 수 없이 쓰러뜨리고, 너를 갈기갈기 찢어서 땅에 파묻었다 
잔디풀들이 파랗게 놀라 쭈뼛쭈뼛 일어섰다 
날아가던 농구공이 공중에서 딱, 멈춰섰다 
지구가 딱, 멈춰섰다 
나는 하늘에 해를 멈추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반나절이면 되는데 너는 나를 기다려주지 못했다 
어서 졸업하고 취직해서 착하게 부모님께 효도해야 하는데 
나는 안개를 비닐봉지처럼 빵빵하게 부풀려서 내 얼굴에 덮어쓰고 
성호를 그으며 묘지 속으로 들어가 누웠다 
부활은 이루어지지 않고, 묘실 밖에선 
사람들 수군거리는 소리가 야금야금 내 살을 갉아먹었다 
제발 내 앞에 얼씬도 하지 마라, 단결이여, 공동체여 
내가 땅 속에 파묻었던 네가 
뒷문으로 안개를 가만히 열고 나가 나를 일러바쳤다 
나는 십자가에 가만히 목을 걸고 헐떡이며 오지 않는 잠을 잤다 
누군가 나를 향해 돌을 던지기 시작했다 
나는 질질 안개를 흘리며 일어나 모여있는 사람들을 다 잡아먹었다 
배가 부르지 않았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항상 착하게 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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