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시

바위돌

rndjr 2010. 10. 29. 22:28

 



바윗돌

고우성


땅 돋우려고 가져다놓은 바윗돌 틈바구니에서
살랑거리던 어린 잡초가 어느새 자라
고개 뻣뻣하게 날을 세운 바람에게
제 한 몸 맡길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바윗돌을 사정없이 후려치고 있었다

그는 침묵중이다
가을이 깊어지면
사그러질 영혼들의 들뜬 목청을 가만히 듣고 있다
잠시 머물 생이기에
더욱 흔들거려야 했으리

지척으로 수 백만 길 나있어도
차마 갈 수 없었던
바람이 전해준 기억의 결만을
가슴 안으로 깊이 새기고 있을 뿐
무엇이 그로 하여금 단단하게 잡고 있어
단내나는 햇살이 출렁거리는 강물 위로
마음 한 잎 고이 띄우지 못하는가

그의 마른 영혼 속으로 햇살이 쪼개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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