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안개, 거리, 그리고 삶의 주어(主語) / 안희선
사람들이 보여주는
온갖 허영(虛榮)은
혹은,
옳지 못한 환상은
오로지 스스로의 감동에 가득 차
영원(永遠)인 양 보이는 형식을 지녔고
그래서인지 그렇게도 귀한
사랑의 미소... 삶의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
가장 깊은 감정을 가슴 속으로만 말하고
간혹 진저리치며
힘겹게 머리 드는 외로운 정신은
끝없는 정성(精誠) 같은
그대의 아름다운 마음 앞에서
나라는 주어(主語)로
해야 할 말을 죄다 잊기 일쑤고
그렇게 하루 하루 시간을 지워가며
표정없이 살아가다가,
이따금
안개 자욱한 거리에서 한 걸음 내딛다 보면,
생존이 만들어가는 이 모진 호흡이
설명하기 어렵게 눈물겨웁다
서술(敍述)하는 저녁안개,
텅 빈 거리에의 한 발자국...
표류하는 주어(主語)
삶이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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