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시

내 마음대로 흐르는 시간

rndjr 2011. 5. 11. 23:27

내 마음대로 흐르는 시간 / 유리바다 이종인
열흘 전에는 102동에서 누가 쿵 떨어지더니 오늘은 105동에서 에라이! 소리 지르며 쿵 떨어졌다고 한다 한밤중 아파트 화단에서 번쩍 카메라 후래쉬가 터진다 자살을 거꾸로 하면 살자인데 와 저카노 팔짱 끼고 웅성이는 사람들의 혀가 뱀처럼 갈라진다 갈수록 날씨가 안 좋다 바람 잘 날 없어 사람도 과일도 너무 잘 떨어진다 떨어지기 싫은 사람은 목이나 매고 축 늘어진다 눈 밝은 10대 아이들 너덧 명이 10미터 거리에서 시신을 쳐다보며 키득키득 웃는다 발정 난 암고양이 한 마리 앉혀놓고 힘센 수고양이들은 풀숲에서 뒤엉키며 싸우는데 사람 사는 집이 낮아도 걱정이고 높아도 걱정이다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데 어쩌겠는가 구름에 허리가 잘린 달빛 위에서 창조주 홀로 기분 나쁜지 이맛살을 찌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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