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을 알고부터 / 詩 만은 김종원 불타는 내장산 미리내를 건너온 바람 한 줄기 내 마음을 데워 정분나던 날 갑사댕기 선녀를 만났네. 단풍처럼 날리는 빨간 머플러 한 손에 잡은 행운은 백옥 같은 당신의 하얀 미소로 서래봉 하늘가를 넘실거렸네. 순수에 순정을 휘저어 온 바람 내 작은 가슴에 숨어들어 술렁술렁 우주를 흔들고 스물 몇 해를 지켜온 내 마음의 성(城)이 소리 없이 무너져 내려 태풍처럼 밀려든 당신 그날부터 내 안엔 나 아닌 당신이 사네. 이른 아침 눈뜨면 새로이 엮는 일상 내 뜻 아닌 당신 뜻대로 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