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 / 유리바다-이종인
가장 힘들고
가장 외로울 때
기도의 응답처럼 홀연히 나타나 포근히 감싸주던
사랑을 옷처럼 걸친 사람이 있었어요
나는 계절마다 옷을 받아 입었지만
한 번도 그대에게 옷을 입혀준 적이 없군요
어찌하면 나의 미안함을 벗을 수 있느냐고 물으면
꽃으로 낙엽으로 눈송이로 알몸을 가리며
더 줄 것이 없어 슬퍼하던 그대의 눈빛
돌아보면 사랑의 빚진 자가 되어
그대 침묵의 시간을 따라
소복소복 흰 눈처럼 산책해보지만
처음 타인他人으로 돌아가기에는
우리 길을 너무 멀리 왔어요
지금쯤 그대는 헐벗은 시간 속에서
땀 흘리며 이별을 예감하지만
자리를 대신해 줄 풍요로운 사람을 기도하지만
나의 슬픈 욕심은 오늘도
그대 눈물 속에서 반석처럼 집을 짓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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