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시

난 보랏빛 소국을 사려 했죠

rndjr 2010. 12. 2. 14:05

        난 보랏빛 소국을 사려 했죠 詩 김설하 앙상한 잔가지 찬 바람에 달그락거리고 잿빛 하늘가 구름 끼리 갈비뼈 부대는 소리 꽃눈 날아가 걸렸을 언덕에는 찬 서리 내렸는데 난 보랏빛 소국을 사려 했죠 지천으로 산국이 피던 가을의 중심까지 활짝 열렸던 꽃집 미닫이문이 닫힌 줄 그제야 알았고요 유리문에 서린 김이 저들끼리 뭉쳐서 미끄러지고 곰팡내 나는 문틀에 걸리는데요 한 종지 쓸어담는 눈망울도 거기 끼어 찔끔했고요 꽃값이 장난이 아니라며 꽃집 남자 시선 따라 목에 핏대를 세우자 연탄난로 위에서 주전자가 키들댔고요 유리문을 열고 들어간 유리문은 온실관 그 안에 갇혀서 서양란이 창녀처럼 웃고요 물안개는 몽환의 날개를 적시는데요 언제 표독해질지 모를 붉은 장미가 색기를 뿜고요 난 보랏빛 소국을 사려 했죠 유리관 안에 낄 수 있는 건 투박한 손에 들린 전지가위도 아니고 선택권은 꽃집남자 얼쩡거리다가 빈손으로 나오는 뒤통수에 대고 제라늄이 희뜩 웃대요 난 보랏빛 소국을 사려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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