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알고 난 후로/ 유리바다 이종인
한번 꿈으로 평생을 산 것 같았네
가을만 되면 죽고 싶다던 그대
낙엽송 아래 수북히 붉은 유서를 파묻고
겨울음악과 함께 바다로 떠난 것은
그리 멀지 않은 하룻날 하룻밤 이였네
지울 수 없는 나의 꿈도 가져가버린 뒤였네
그런 어느 날
꿈도 바다도 사라진 몽환의 시간 속에서
한 손에 포도주를
한 손에 함박눈을
다소곳이 들고 그대 나에게 다가와 말했네
인생사 함께 하는 꿈은 넓은 바다가
한잔 포도주로 줄어들기도 하고
함박눈이 음악처럼 내리기도 해요
그대를 알고 난 후로
하루가 평생 같은 취함이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