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시

나는 가로등

rndjr 2011. 3. 3. 12:00

나는 가로등 / 최명진 나는 가로등 그러니까, 추억 없는 딴 동네의 아이 각자의 캄캄한 발밑 말주변에 골몰하는 수줍은 머저리 사랑을 억 만 번 긍정하는 비대한 눈꺼풀 발랄한 여름소녀를 기다리는 웃기셔 펭귄 나는 가로등 말하자면, 철침 위에 목만 얹은 무거운 얼굴 밑도 끝도 없이 달려드는 나방 젊음을 탕진한 피터 팬의 술친구 우리 집 담장 밑에서 밤새 울고 간 신데렐라의 계모 새벽에 남은 구두 한 짝 나는 뭐랄까, 어딘가 쓰다만 노트 낙서가 간직한 망상 망상을 망상하는 허상 허상 위에 매달려 우는 엉뚱한 매미 계절을 헛도는 이른 아침 어제를 밟고 간 자전거 나는 그러니까, 불 꺼진 가로등 아무도 없는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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