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惠雨김재미
비가 내립니다.
덧 입혀졌던 내 모든 것들
시원스레 씻겨내려 갑니다.
당신의 사랑은
늘 씻김에서 시작하는데
세상에 속해 있는 저는
맑았던 몸에 죄인 줄도 모르고
색의 유희에 빠져
혼탁해지는 정신인 줄도 모르고
처음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어느새 갈 길 잃은 마음
사방이 벽인 틀 안에서
옹송그린 몸 펼 줄 모르고
펴는 방법을 잊어버린 때
아!
일찍이 아시고 깨워주시는 은혜
버석거리던 마음 안으로
가없는 당신의 사랑이 기쁨처럼
온몸을 적시며 내려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