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밭에 앉아 울던 그 사람
글 / 여시주
그해 겨울은 몹시도 추웠다
살얼음이 체 녹기도 전 초봄에
산비탈 채소밭에 하우스를 짓고
욕심 없이 한세상 남보다 평온하게
건강하게 아이들과 잘살아 보자고
그 좋은 서울 직장도 버리고 친구도 버리고
이 십 년 동안 쌓아 놓았던 명성도 다 잊은 체
그이는 고향 언덕 전원으로 귀향을 결심하였다
밤이면 별을 보며 오순도순 덕담을 나누고
낮이면 하우스 열기 속에 땀을 흘리면서도
마냥 행복했던 그 해 여름날의 전원일기
토마토 순을 사이사이 줄을 매달아
올망졸망 영글어가는 토마토를 어루만지던 그 사람
행복해 하던 미소도 잠깐.,.하늘도 무심하시지.,.
어느 날 갑자기 몰아치는 강풍 비바람에
매일 낮과 밤 정성을 들인 하우스가 그만
파이프 뼈대만 앙상히 휘어진 체 날아가 버렸다
뉘라도 인내는 쓰다 하였던가
농사도 아무나 짖는 게 아니나 보다
쑥대밭이 되어 버린 토마토 밭에 앉아 울던 그 사람
오늘도 농협의 농가 부채를 안고 얻은 밑천을 발판삼아
또 다시 새로운 희망을 찾아보련 듯, 하우스를 짖고 있다
어느 사이 그이를 따라 몸매바지를 입은.,.
하얀 얼굴의 서울색시티 사라진 지 오래다
나는 영락없는 시골 아낙네이다
"여보,? 새참 탁주 한 잔 들고 하세요?
그이와 나란히 앉아 건너다보는
먼발치 산비탈의 뜨는 햇살 눈 부시다.